2월, 겨울방학을 지나 어느덧 사오토메 학원도 활기를 되찾았다. 북적이는 학원을 보니 왜인지 가슴이 두근거린다. 나는 이미 곡을 완성은 했지만, 왜인지 아직 가슴에 울리지 않는다. 나는 그 이유를 찾지 못한채 마사토가 가사를 완성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겨울방학동안 만나지 못했던 반 친구들의 모습을 보니 왜인지 나의 소중한 친구가 보고싶다. 그래서 재빨리 토모치카를 설득해서 하루카가 있는 S클래스로 향했다.
S클래스 교실에 도착했지만 하루카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그때 여학생들에게 둘러싸인채 이야기를 하던 렌이 눈에 들어왔다. 그 라면 여학생들에게 둘러싸여 있는게 일상이니까 하루카에 대한 정보도 있지 않을까 싶어 얼른 다가가서 말을 걸었다.
“혹시 하루카가 어디있는지 알아?”
나의 물음에 그는 내가 먼저 말을 걸어온게 신기한 눈치였다.
여학생 무리를 돌려보내곤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레이디 하루카라면 나도 잘 모르겠는데. 아까 까지는 책상에 앉아 작곡을 하고 있었어. 그나저나 네가 히지리카와의 파트너지?”
그의 물음에 나는 당당히 대답했다.
“응! 그런데 뭔가 할말이라도? 그렇구나 하루카는 아까 까지는 교실에 있었구나. 고마워. 그러면 이만.”
내가 교실을 나가려고 하자 그는 나의 한쪽팔을 붙잡더니 나에게 물었다.
“최근, 히지리카와가 유난히 행복해 보이는 것 같은데. 혹시 짐작가는 일이라도 있어? 레이디라면 알고있을 것 같은데.”
그는 무언가를 눈치채고 있는 듯 나에게 마사토에 대한 것을 말했다. 대체 무슨 꿍꿍이 인걸까. 나는 궁금증을 품은채 그에게 답했다.
“글쎄…, 나는 모르겠는데.?”
나는 최선을 다해서 오리발을 내밀었지만 그는 알겠다는 미소를 띄우곤 잠시 따라와 보지 않겠냐며 나의 손을 이끌었다. 뒤에서 보고있던 토모치카가 그 모습을 보더니 자기도 같이 가겠다며 따라나섰다. 그는 어쩔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알았다고 하곤 인적이 드문 학원 내 정원으로 향했다. 그곳엔 지금은 겨울이라 피지 않았지만 장미의 줄기가 보였다. 그는 이곳에 자주 오는 것인지, 지름길을 알고 있었다. 정원 내의 벤치에 앉더니 말을 이었다.
“이 사랑의 전도사 진구지 렌의 촉이 느끼기엔 히지리카와하고 레이디는 밀접한 관계인 것 같아서 말이야. 그쪽의 레이디는 뭔가 알고있는 게 있을까?”
그의 비밀을 꿰뚫는 것 같은 시선에 나는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토모치카는 무언가 고민을 하다가 입을 열었다.
“글쎄? 나는 아무것도 모르겠는데. 확실히 아카리쨩이 마사양하고 밀접한 관계인 건 맞지만 그건 파트너라서 그런거야”
나를 감싸주는 듯한 말에 왜인지 걱정이 녹아들었다. 그것도 잠시 그는 웃으며 말했다.
“과연 그게 다일까? 나의 추측이지만, 이 연애금지인 학원에서
히지리카와는 그 룰을 어긴 것 같아서 말이야. 파트너인 너도 말이야.”
그의 말에 나는 얼어붙은 채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토모치카는 생각보다 그렇게 놀란 표정은 아니었다. 나는 얼어붙었던 입을 열었다.
“만약 그렇다고 해도 신경 쓸 이유는 없잖아. 왜 굳이 나에게 직접 이야기를 하는거야? 학원에 찌르는 편이 빠를텐데.”
나의 말에 그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그야, 그 편이 재미있으니까? 그리고 레이디와 히지리카와의 관계에 대한걸 굳이 학원에 이야기할 생각은 없어. 나는 사랑의 전도사니까 말이야. 그러니까 걱정 마.”
그의 말에 나는 놀라고 또 고마워서. 웃으며 답했다.
“사랑의 전도사라, (웃음) 그거 참 좋은 별명이네. 누가 지어준 거야? 아니면 자칭?”
“글쎄, 나도 소꿉친구 시절부터 그녀석을 알았지만 그녀석이 그런 미소를 띄우는 건 오랜만이어서 말이야. 물론 도와줄 생각은 일절 없지만.”
“그렇게 어릴 때부터 알고 지냈어?? 몰랐네. 마-군은 너에 대한 이야기는 일절 꺼내지 않으니까 말이야. 가끔 꺼내도 험담 비슷한 거라서… 앗!!”
“그녀석 내가 없는 곳에서… 뭐 그런 사이라고 해서 우리를 친하다고 보진 말았으면 좋겠어. 그녀석하곤 악연과도 같은 거니까 말이야.”
“그렇구나 그러면 대충 라이벌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면 되겠구나.(웃음) 너랑 싸우는 모습을 자주 봤었거든. 생각보다 별거 아닌 일로…”
“(웃음) 나와 히지리카와는 라이벌이라고 생각해? 엄연히 내가 위라고 생각하고 생각하는데, 그나저나 이름으로 불러주지 않을래? 레이디는 계속 “너”라고 부를 생각이야?”
“아…! 그렇구나. 근데 너도 나를 레이디라고 부르니까 좀… 그런데. 나도 엄연히 이름이 있거든…”
그는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그러곤.
“그러면 아카 쨩이라고 부를게. 그러면 된거지?”
그의 어이없는 네이밍에 나는 잠깐 울컥했다. 그는 나를 아기 취급 하는 걸까? 너무하잖아 오치비쨩 보다 더 너무하다. 아기라니. 옆에서 토모치카가 어이없는 미소를 지었다. 그러곤
“아카리쨩 보고 아카 쨩이라니, 너는 너대로 참…”
나도 질 수 없다는 생각에 여러 별명을 생각했지만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서 결국 어쩔 수 없이 나는 입을 열었다.
“알았어 렌 군이라고 이름으로 부를테니까 그 별명은 그만해.”
그는 재미있다는 듯이 웃더니 뒤를 돌아서 말했다.
“알겠어. 그러면 나는 이만 가볼게 레이디, 그리고 아카쨩(웃음)”
그러곤 그대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어가는게 아닌가
나는 화가나서 그가 걸어간 방향으로 외쳤다.
“그니까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어느새 그의 모습은 사라지고 없었다. 화가난 나를 토모치카는 달래주었고, 화가 났지만 렌이 비밀연애를 폭로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을 떠올리곤 꾹 참았다. 그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에게 휘둘려서 시간을 한참이나 소비해 버린 것을 깨닿고 나와 토모치카는 서둘러서 하루카가 있을 법한 곳을 여기저기 찾아다니고 있었다. 그때 왜인지 나는 그녀가 음악실에 있지 않을까 싶어서 그쪽으로 향하니 아름다운 피아노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하루카다. 분명 그녀의 음색이다. 나는 드디어 하루카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음악실 문을 열자.
예상한 대로 하루카는 그랜드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었다. 너무 반가워서. 나랑 토모치카는 한걸음에 하루카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러자. 하루카는 연주를 멈추고 나와 토모치카를 바라보았다. 그러곤 싱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토모쨩…! 그리고 아카리쨩! 보고 싶었어.”
“하루카!! 여기 있었구나. 다행이다.”
토모치카는 하루카를 잠시 끌어안고는 다행이라며 걱정했다고 말을 이었다. 역시 이 둘은 아주 친하구나. 살짝 부러웠지만 나도 이 둘의 사이에 같이 있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그러곤 나도
“나도 보고 싶었어. 다행이다.”
그렇게 말하곤 하루카와 토모치카 쪽으로 다가갔다. 나는 방금 전 하루카가 연주하던 곡에 대해서 물었고 하루카는 웃으며 즉흥으로 연주한거라며 미소 지었다. 역시 하루카는 천재가 틀림없다. 나라면 분명 이렇게 아름다운 즉흥 연주 따위 꿈에도 못꾸겠지. 그런 하루카라면 나의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을까 싶어서
나의 곡을 들려줬다. 그러니 하루카는 조금 고민하다가 무언가 떠오른 듯이 말을 꺼냈다.
“혹시 무슨 감정을 담아서 만들 었는지 물어봐도 될까?”
그녀는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그야 졸업 오디션 우승을 생각하며 만들었지.”
그녀는 이제야 문제점을 알았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아마 그래서 마음에 울리지 않는게 아닐까.”
그녀의 그 한마디에 나는 지금까지 잘못생각했다는 것을 깨닳았다. 그렇구나. 우승을 위한 곡이 아닌 마사토를 위한 곡을 적어야 했어. 그래서 마음에 울리지 않았구나. 나는 하루카에게 의견을 줘서 고맙다고 이야기 하곤 바로 악보를 꺼내서 수정했다. 그를 위한 노래를, 오로지 마사토를 위한 곡을 적겠다고 다짐하며 그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한음 한음 적어나갔다. 내가 곡을 수정할 동안 하루카와 토모치카는 옆에서 기운을 복돋아 주었고 나는 그 둘에게 감사를 표하며 마저 작업을 이어갔다. 시간이 흘러서 나는 드디어 오로지 마사토만을 위한 곡을 적은 것이다. 나 혼자선 몰랐을 문제를 지적해주고, 또 옆에서 나를 감싸주는 좋은 친구들이 있다는 것에 왜인지 울컥하고 무언가 올라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그 소중한 두사람에게 나는 나의 비밀을 이야기 하기로 마음 먹었다. 이 둘이라면 분명 괜찮을 거라고 믿고 입을 열었다.
“나 있지… 마-군하고 비밀연애 중이야. 지금까지 숨겨서 미안해. 그런데 너희 둘이라면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나의 말을 들은 하루카는 놀란 표정을 짓고는 비밀인데 말해줘서 고맙다고, 토모치카는 이제야 이야기 하냐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곤 지금이라도 말해줘서 고맙다고 이야기했다. 왜인지 우리 셋의 사이가 더욱 돈독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곤 셋이서 봄 방학 때 놀러갈 약속을 잡았다. 여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상대가 나도 생긴 것이다. 이 인연을 몇년이 지나더라도 아주…아주 소중히 하겠다며 다짐했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나서 마사토는 가사를 완성했다고 레코딩 룸에서 보자며 문자를 보냈다. 나는 그 문자를 보고는 바로 레코딩 룸으로 향했다. 그리고 도착해서 얼마 지나지 않아서 마사토는 레코딩 룸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호시, 너에게 나의 노래를 누구보다 먼저 들려주고 싶었다. 나의 노래를 들어주도록.”
그는 그렇게 말하곤 녹음실로 들어갔다. 나는 내가 작곡한 곡을 틀었고 전주가 끝나자 그는 나의 곡에 맞춰서 노래하기 시작했다. 그의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듣고 있자니 왜인지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의 목소리가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가사가 마음 울려서 그가 한 소절 한 소절 부를 때마다 가슴이 아려온다. 이 곡을 어서빨리 모두가 들어줬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이 들었다.
이제 졸업 오디션까지 일주일 남짓. 정말 얼마 남지 않았구나 실감이 든다. 이 곡이 과연 나의 마음을 울린 것처럼 모두의 마음을 울리게 하기를 그렇게 바랬다. 그의 마지막 소절이 끝나자 나는 짠 것 처럼 박수를 보내었다. 나의 모습에 마사토는 미소를 지으며 녹음실에서 나왔다. 그러곤
“나와 너만의 이야기를 담았다. 너에 대한 감정을 전부…”
그의 말에 나는 웃으며 답했다.
“그렇지. 이건 마사토와 나만의 이야기이지. 그 누구도 아닌.(웃음)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그런가 (웃음) 이제 일주일 남았군, 그 기간동안 더 갈고닦아야 겠어. 나와 함께해 주겠나?”
“당연하지. 나도 최대한 곡을 더 멋지게 만들어 볼게.”
“좋다. 그러면 부탁하지.”
그렇게 얼마 남지 않은 졸업 오디션을 목표로 우리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노라 다짐했다. 분명 우리 둘이라면… 분명 이 노래라면… 그런 마음을 가지고 우리는 마저 연습을 이어갔다.
카테고리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