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단풍이 물든지 오래 낙엽이 쌓여가는 늦가을
우리는 지금 현재 비밀연애 중이었다. 마사토하고의 연애는 아주 순조롭게 해나가고 있었고. 학업성적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매순간 들킬까봐 걱정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비밀유지를 위해서 나는 학교에선 접촉 금지라는 룰을 만들었고. 마사토도 납득했는지 접촉금지 건에 대해선 아무말이 없었다.
학교는 학원제 준비로 한창이었다. 우리반은 뻔하디 뻔한 귀신의 집을 도맡게 되었고. 나는 귀신은 싫어하는 편이었기에 전혀 참여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귀신의 집의 소품을 만들고 있었다. 생각보다 손이 많이가는 것을 보니 벌써 지친다. 하지만 마사토도 옆에서 도와주고 있으니까 힘을 내자.
“…”
“…”
얼마나 망치를 두들겼을까. 벌써 시계가 3시를 가리키고 있다.
마사토도 옆에서 짐을 챙기고 있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곤 약간 섭섭해서 살짝 옆구리를 찔렀다. 그런 나의 모습에 당황했는지 마사토가 묻는다.
“호시, 무슨 일이지?”
“아니야 그냥 조금 섭섭해서”
마사토가 갸웃거리다가 다시 대답하다 이내 미소짓는다.
“섭섭한가? 네가 접촉하지 말아달라고 한 거 아닌가.(웃음)”
“그러네…그래도. 오늘은 좀 서운해!”
나의 대답에 마사토가 만족했는지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러곤 대답한다.
“지금은 이걸로 참아줘.”
“응…”
그렇게 서로 짐을 정리하곤 교실을 나왔다. 교실은 나와서 둘이서 걷고 있자니 왠지 예전하고 다른 느낌이 든다. 진짜로 사귀고 있다는 생각에 왜인지 주변 시선에 민감해진다. 그때였다.
마사토가 귓가에 속삭였다.
“오늘은 내 기숙사 방에 들러주지 않겠나?”
“응…? 당연하지..!”
나는 그의 말에 당연히 괜찮다는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마사토가 먼저 불러준 거라고 생각하니까 괜시리 즐겁다.
그렇게 마사토를 따라서 남자 기숙사 동으로 따라들어갔다.
여자 기숙사하고 별반 다르지 않게 생겼다고 실망하고 있을 무렵 마사토 방에 도착했다.
“여기다. 오늘은 진구지 녀석은 없으니 편히 있도록.”
“응 그렇구나. 고마워.”
마사토의 말에 편히 있어도 되겠다고 생각하려던 찰나 내 머릿속엔 물음표가 떠올랐다. 렌이 없다고? 오늘 하루동안? 뭔가 엄청난 소리를 들은 것 같은 생각에 벙쪄서 아무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면 차를 내오지. 앉아서 쉬도록.”
“응… 알겠어. 고마워.”
그나저나 마사토 방은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하기도 해서 둘러보니까 일본풍 그 자체였다. 다다미도 깔려있었다.
역시 히지리카와 마사토… 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마사토가 차를 내왔다.
“오늘은 … 그냥 같이 있고 싶어서 부른거다.”
“어…? 그래? 나도 그 생각 했는데. (싱긋)”
마사토의 말에 나도 그렇다고 대답하자. 마사토는 웃으며
차를 한모금 하고는 말을 이었다.
“그렇다니 다행이군. 네가 좋아해서 무엇보다 기쁘다.”
“그래? 나도 마사토가 기쁘다니 다행이야.”
그렇게 대답하곤 나도 차를 한모금 마셨다. 그러자 마사토가
옆으로 조금 다가와서 자세를 고쳐 앉았다.갑자기 가까워진 거리감에 두근거린다.
“오늘은 같이 있고싶다고 했었지. 괜찮다면 조금만 이렇게 있어도 되겠나?”
“응 당연하지. 이러니까 실감나네. 우리 사귀는 거 말이야.”
내가 웃으며 대답하자 마사토가 살짝 볼을 붉히며 답한다.
“그렇군. 확실히 실감이 나는 것 같다.”
그렇게 말하곤 더욱 다가와서 어느새 숨결이 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마사토가 나를 끌어안았다. 그러곤 귓가에서 속삭였다.
“줄곧… 줄곧, 이렇게 하고싶었다. 네게 닿고 싶었다.”
올곧은 그의 말에 부끄러움이 밀려온다. 그의 따듯한 온기에 마음이 진정되다가도 두근거린다.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마사토의 품속은 따듯하네. 부끄럽지만 진정돼.”
나의 말에 그는 살짝 놀라다 곧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조금 더 부끄러워 할 줄 알았다만, 너 답군.하지만 그 모습도 귀엽다.”
그렇게 얼마나 서로 끌어안고 있었을까. 따듯한 온기에 취해 한참을 그 상태로 있다 왠지 모를 부끄러움이 몰려와 마사토의 품에서 떨어지려 하던 찰나였다.
“(쪽)”
마사토가 나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추곤 부끄러운듯이 고개를 돌린다. 그러곤 서로에게 다시 거리가 생겼다. 서로 부끄러움에 아무말도 하지 못한 채 정적이 흘렀다. 그러다 정적을 깬건
다름이 아닌 내 휴대폰 벨소리 였다.
“…나는 괜찮다. 받고 오도록.”
마사토의 말에 기대어 나는 전화를 받으러 잠시 방을 나왔다.
전화의 상대는 다름이 아닌 토모치카였다. 들어보니 학원제 준비는 잘 되어가고 있냐는 내용이었고 그렇다고 말하자 토모치카가 걱정되는 목소리로 말을 꺼내었다.
“다름이 아니라 히지리카와 재벌 이야기 들었어?”
무슨 이야기 일까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 그러곤 토모치카가 말을 이었다.
“마사양한테 혼약자가 있다는 소식 알고 있었어?”
토모치카의 말을 듣자마자 머리가 새하얘졌다.
마사토한테 혼약자가 있다고? 그런데 나랑 사귀어도 되는거야?
그런 의문을 품고 토모치카한테 물었다.
“그렇구나 그런 이야기를 어디서…”
토모치카가 나의 말을 듣고는 조금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그게, 사실은 마사양네 아버님이 하시는 이야기를 지나가다가 들었어. 엿들을려고 한 건 아닌데. 학교에 계시더라고.”
토모치카의 말에 당황해서 큰소리로 물었다.
“지금??? 학교에 계시다고… 마-군의 아버님이?”
토모치카가 나의 목소리에 놀라며 답했다.
“응, 확실한 건 모르겠지만. 맞는 것 같아. ”
“그렇구나 알겠어 일단 끊을게. 고마워…”
전화를 끊고는 숨을 쉬었다. 머릿속이 여러가지 정보로 복잡하다.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겠다. 오늘은 일단 돌아가서 생각을 정리해 봐야지. 그렇게 생각하며 마사토의 방으로 다시 돌아갔다. 방문을 열자 마사토는 차를 다시 끓여서 찻잔에 따르고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웃으며 입을 열었다.
“전화는 잘 받고 왔나?”
그의 순수한 미소에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이상 상태가 좋지 않다. 오늘은 돌아가서 쉬고싶다.
“응… 나 이제 가봐야 할 것 같아.”
마사토가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벌써? … 아쉽군. 조금 더 함께있고 싶었다만 네가 그래야 한다면 어쩔 수 없지.”
그의 표정을 보니 미안해 진다. 지금 혼약자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엔 아직 확실하지 않다. 분명 그라면 먼저 꺼내줄 것이다.
일단 지금은 방으로 돌아가서 생각을 정리하고 싶다.
“응, 미안해. 그러면 오늘은 이만 돌아가 볼게!”
“내일 보도록 하지. 잘 들어가라 호시.”
그렇게 말하곤 차기를 정돈하는 마사토를 두고는 방을 나섰다.
어떻게 해서든 생각을 정리해야겠어. 그렇게 다짐하며 나의 방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을까 어느새 학원제 당일.
학원제가 다가올 때까지 생각이 정리가 되지 않았다.
그 상태로 오늘 우리 A클래스가 하는 건 귀신의 집이다.
생각 이상으로 규모가 엄청 크게 완성이 되었고. 퀄리티도 상당하게 완성되어서 솔직히 나는 무섭게 느껴졌다.
나는 소품 담당이라서 실제로 귀신역할은 하지 않기에
학원제 당일인 오늘은 편안하게 돌아다닐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귀신의 집은 체험하고 싶지 않다. 어떻게 돌아다닐 지 고민을 하던 중 마사토가 옆에서 옷자락을 당겼다.
“괜찮다면 나하고 같이 돌지 않겠나?”
고민하다가 그의 간절한 표정에 그만 말이 나와버렸다.
“알겠어. 같이 다니자.”
그가 미소를 띄우곤 어디부터 돌지 책자를 보며 고민한다.
그러곤 나에게 귀신의 집 부터 돌아보는 건 어떠냐고 묻는다.
사실 나는 귀신의 집을 엄청 싫어하지만 마사토가 가자고 하는데 어쩌겠나. 어쩔 수 없이 웃으며 따라나섰다.
귀신의 집 입구는 너무나도 들어가기 무섭게 잘 만들어놓아져 있었다. 물론 나도 거들었지만 이렇게 완성되다니…이건 학원제 레벨이 아니잖아. 놀이공원을 넘었다고 이미 사오토메 킹덤 수준이라고… 벌써부터 들어가기 싫어진다. 그때 마사토가 손을 내민다.
“들어가지. 혹시라도 무섭다면 내가 지켜주겠다. 안심하도록.”
“응…! 고마워.”
그러곤 손을 잡고 함께 들어섰다. 들어가니 내부는 훨씬 어두컴컴했다. 한걸음 한걸음 걷는데도 꽤나 용기가 필요했고 나는 마사토에게 거의 안기는 수준으로 기대어서 팔짱을 꼈다. 마사토는 나의 모습에 걱정 마라며 다독여줬다. 마사토의 다독임에 안심하던 그때 옆에서 귀신이 튀어나왔고
“으아아아아아아악”
“!!! 호시!! ”
나는 놀라서 마사토를 뿌리치고 그곳을 뛰쳐나가 버렸다.
얼마나 달렸을까 주변은 아직 어둡다 혼자 이런 곳에 있으니까
너무 무섭고 빨리 밖으로 나가고 싶다. 이렇게 넓은 귀신의 집을 그것도 이렇게 고퀄리티로 만들어 내다니 사오토메 학원 학생들은 대단한 것 같다. 빨리 나가야지 빨리 나가서 마사토 한테 사과해야지. 하고 마음을 다잡고 나섰다.
“…여기가 출구인가?”
문 손잡이 같은 것을 잡았는데 뭔가 물컹하다. 이게 뭐지…?
“꺄아아아아아악!!!!”
하는 순간 움직여서 놀라서 그만 넘어져 버렸다. 아프고 무섭다.
마사토는 어디에 있을까 더는 못 움직이겠다. 귀신은 현실에 있어도 별로 상관 없다고 생각하고 살아왔지만 그래도 귀신의 집은 정말 싫다. 어두운 곳에 고립되어 있다고 생각하니 그만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나는 그곳에 결국 주저앉아 버렸다.
고개를 숙인채 앉아서 울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가 어깨를 두드리는게 아닌가. 설마 또 귀신이 아닐까 싶어서 무서워서 고개조차 못들고 있는 그때. 귓가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호시!! 울고있는 건가…? 어딘가 다친 곳은 없나?”
그의 목소리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의 얼굴이 어두워서 잘 보이진 않지만 매우 걱정하고 있는게 보인다.
“응… 괜찮아. 아무곳도 안다쳤어.”
나의 말에 그제서야 안심한 것 같다. 그러곤 그가 나의 볼을 손으로 감싸며 말했다.
“네가 무서워 하는 줄 모르고 데려와서 그리고 반드시 지켜주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해 미안하다.”
“괜찮아. 내가 아무 말 없이 따라온거니까.”
“항상 아무말 없이 나를 믿고 따라줘서 고맙다. 너의 믿음에 후회가 남지 않도록 나도 언제나 최선을 다하도록 노력할 것을 맹세하지. 사랑한다. 호시.”
그의 맹세에 나도 무언가 보답을 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그의 손을 잡고는 손끝에 입을 맞췄다. 그리곤
“나도 사랑해.”
어둡지만 그의 미소가 잘 보인다.
이런 사람이라면 설령 혼약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믿을 수 있어.
그러니까, 믿어보고싶어. 그가 나를 선택해 줄거라는 걸.
그렇게 우리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앞으로의 나날도 둘이서 해쳐나갈 수 있을 거라는 실감이 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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