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甘く切ない Théâtre

聖川灯里💙🌷 2023. 7. 29. 18:34


따스한 봄바람이 훅하고 불어온다. 오늘은 결전의 날!
바로 사오토메 학원의 입학식이다. 늦은 가을을 지나 추운 겨울날 사오토메 학원의 입학시험은 치뤄졌다. 다행히도 그렇게 좋은 점수는 아니지만 그렇게 들어가고 싶었던 학교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교복 재킷을 입고 교복 리본을 묶으니 꽤나 그럴듯했다.
이 기온에 교복 재킷이라니 나한테는 조금 더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토록 원하던 학교의 교복이라고 생각하니
더욱 들떠서 그만 콧노래가 나와버린다.

“이제 슬슬 출발해야 할 시간이네?”

벽에 걸린 시계를 보고 서둘러 가방을 챙겨서 전철역으로 향했다. 그리고 언제나와 같이 휴대폰에 이어폰을 연결해서 음악을 들었다. 좋아하는 노래는 없기에 항상 랜덤 플레이리스트로
아무 노래라도 좋으니까… 사람들의 소음을 없애주는 용도로 멍하니 듣고 있었다. 어느새 사오토메 학원 바로 앞의 정거장에 도착했다. 이제 다음 정거장에서 내리는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가만히 그저 숨 죽인 채 이어폰 사이로 흘러나오는 노래에 집중하고 있었다.

“(다음이 바로 사오토메 학원…)”

“다음 역은 사오토메 학원, 열리는 문은 오른쪽입니다”

뛰는 가슴을 억지로 진정시키고 한쪽 이어폰을 뺐다. 정거장 안내를 듣기 위해… 북적이는 인파 속에서 또다시 가슴이 아파지기 시작했다. 아프고 괴로워서 도저히 내릴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때 누군가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괜찮으신가요? 많이 힘들어 보이는데.”

어느 진홍색 머리의 소녀가 나에게 말을 걸어온 것이다.
익숙한 교복을 보니 아무래도 사오토메 학원의 학생 같다.

“네, 괜찮아요. 잠시… 어지러워서.. 그보다 지금 내리셔야 되지 않나요?”

“아!! 맞네요? 그걸 어떻게! 감사합니다.”

“같은 학교에 가는 것 같아서요!! 빨리 내리죠!”

누군가가 말을 걸어줬다는 것에 놀랐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같은 학교에 가고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 어느새 아팠던 두근거림도 괴로움도 멈춰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가는 길에 많지는 않지만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야토라면…아!! 아침방송에 나오는 그 사람?!”

“네! 팬이랍니다! 그 분의 곡을 만들고 싶어서 사오토메 학원에 들어오게 됐어요.”

HAYATO라는 아이돌의 팬이라는 사실 나와 같은 작곡가 지망생이라는 사실 그리고 무엇보다 S클래스라는 사실

“(나는 A클래스인데 겨우겨우 들어갔지만…)멋있어!! 너라면 분명 할 수 있을거야! ”

“네!! 감사합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느샌가 사오토메 학원의 교문이 눈앞에 다가와 있었다. 이야기를 하면서 오니까 금방이었다.
분명 입학식은 강당에서 이루어진다고 했었으니까 조금 더 걸어가야 하는구나 학교가 크다보니 멀리 느껴졌다.

“저기… 혹시 이름이 어떻게 되시나요?”

진홍색 머리의 소녀가 말했다. 그러고보니 서로 이야기는 나눴지만 이름은 아직 모르는 상태였다. 눈치를 못채고 있었다니 내 자신이 조금 바보같아 보였다.

“호시노 아카리! 그러고보니 이름을 안물어 봤었네? 너는?”

“호시노 씨, 그렇군요. 저는 나나미 하루카에요!”

“이쁜 이름이네! 부러워.”

“(웃음) 감사합니다. 호시노 씨”

성격도 이름도 참 이쁘다 라는 생각을 잠시나마 하고 있을 때였다. 근처에 아까부터 있었던 붉은색 머리의 소녀가 이쪽을 보곤 다가온다. 무슨 일일까?

“저기, 혹시 이거 네거야? 저기 떨어져 있길래”

그렇게 말하며 손을 내민다. 손에는 내 가방에 달려있어야 할 감자칩을 든 곰인형 키링이 쥐어져 있다. 줄여서 감자곰, 감자칩 30개를 먹으면 받을 수 있는 곰인형이라서 굉장히 아끼고 있던 곰인형이다. 사오토메 학원에 등교한다고 학교 가방에 단게 오늘인데 오늘 떨어뜨리다니…

고마움에 반사적으로 양손을 감싸며 말했다.

“응!!! 고마워!! 내가 진짜진짜 아끼는 인형인데 찾아줘서 고마워!!”

붉은색 머리 소녀가 놀란 표정을 잠시 짓다가 웃는다.

“그렇게 아끼는 거면 소중히 해야지! 너희도 신입생? 올해는 많네. 나는 시부야 토모치카. 너희는 이름이?”

“호시노 아카리라고 해. 잘 부탁해! 토모치카”

“나나미 하루카에요! 잘 부탁드립니다.”

“존댓말 금지!! 자 너두”

“잘..잘부탁해 토모쨩!”

이렇게 셋이서 강당에서 이야기를 나누곤 서로의 클래스로 헤어졌다. 헤어졌다고 해도 나랑 토모치카는 같은 A클래스라서 하루카하고만 떨어지게 된 거지만…그나마 친하게 지내게 된 친구와 다른 클래스라니 내가 공부를 조금만 더 잘했다면 이라는 후회를 하며 A클래스의 교실로 이동했다. 교실 문을 열자 학생들이 드문드문 앉아있었다. 거기에는 이미 무리를 만든 학생들도 보였다. 둘러보다. 나는 누군가를 보고 깜짝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으아아악!!!”

“왜그래 아카리??”

토모치카가 물었다. 하지만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그 누군가가 내가 그 때 봤던 푸른 단발머리의 청년이란 걸
여기있는 학생들 중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왜 여기에 라는 생각과 함께 그때 말을 걸지 못했던 것에 대한 후회감, 그리고 왜인지 말을 걸어보고 싶은 충동에 그만…

“저기.., 안녕!! 이름이 뭐야?”

그는 주변을 잠시 둘러보곤 자기를 가르키곤 내키지 않는 태도로

“나 말인가? 이름을 묻기 전에 자신의 이름을 대는게 예의라고 생각한다만.”

“아..!! 나는 호시노 아카리!! 이제 이름을 가르쳐 줄래?”

“나는 히지리카와 마사토.”

“그렇구나!!  마사토라고 하는구나?”

히지리카와…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적이 있는데? 라고 생각하다
머리속을 스쳐지나가는 히지리카와 재벌, 설마 재벌가의 후계자? 그런 사람의 노래에 나는 구원을 받은거야?  물론 지나가다 들은게 전부지만… 그래도…

“사실… 나… 있지 너의 노..”

“자자!! 수업 시작할게 모두 자리에 앉으렴. 어라? 너는 왜 서있니?”

“아!! 금방 앉을게요!”

그렇게 말하고 싶었던 말은 전하지 못한 채 수업이 시작됐다.
사오토메 학원의 수업이라면, 모든 선생님들이 업계 현역이고
은퇴하셨어도 이름을 알리신 분들이 가르치시니까 분명 엄청나겠지?라는 기대를 품고 수업에 임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내 이름은 츠키미야 링고. 모두 알고있지? 오늘은 입학식이니까 간단한 자기소개만 할게~.”

자기소개라…뭘 하면 될까. 나는 딱히 잘하는 게 없다.
열심히 배웠던 드럼도 남들에 비해 약간 잘하는 정도, 우수한 실력은 아니다. 그럼에도 왜 작곡가 코스를 지망했냐?
나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소음이 싫다. 무섭다. 하지만 음악은 다르다. 나를 조금이나마 편안하게 해주고 악기를 다루고 있으면 즐거워서 그래서 곡을 만들어서 나도 남들을 소음 속에서 구원해 주고 싶다. 그 한마음으로 사오토메 학원 작곡가 코스를 지원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걸 장황하게 이야기할 자신은 없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냥 앞사람이 하는대로 따라하면 되는 걸까? 그때 링고 선생님이 나를 지목하곤 말했다.

“거기의 너, 자기소개 해볼까?”

뭘 말하지…? 어떻게 해야하지..? 머릿속이 새하얗게 물들어서
아무말도 나오지 않는다. 그 때 옆자리에 있던 마사토가 작게 속삭였다.

“이름과 특기를 말하면 됀다. 추가사항이 있다면 더해도 좋다.”

“(작게)이름과... 특기…고마워!”

“저는 호시노 아카리이고 특기는 드럼입니다!”

“오~ 드럼이라고? 나중에 한번 들어보고 싶네~ 좋아.
다음은 옆자리의 너가 해볼까?”

그러곤 마사토를 가리켰다. 마사토는 자리에 일어서서
흔들림 없이 간단하게 말했다.

“히지리카와 마사토, 특기악기는 피아노 입니다.”

“에~, 그게 다야?”

“별로, 앞사람과 내용은 같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렇게 자기소개가 이어졌고, 반 학생들 전체가 자기소개를 마칠 무렵 링고 선생님이 아이돌과 작곡가는 둘씩 짝이 되어서 졸업 오디션을 목표해야 하고 우승한 팀은 샤이닝 사무소에 정직원으로 입사할 수 있다고 하셨다. 그 말을 끝으로 수업은 마쳤고
나는 홀로 반에 남아서 노을을 감상하고 있었다.

“파트너라…누가 나랑 맺어줄까? 나는 음악적 재능이 좋지도 않은데…”

그 때, 피아노 소리가 들렸다. 옆 교실에서 들리는 것 같이 아주 가까이서, 부드럽고 아름다운 건반음이 교실에 울려퍼졌다. 가끔가다 강렬하게 연주하는 부분에 매료되어 어느샌가 옆교실 문에 기대서 소리의 근원을 찾고있었다.

노을빛 아래에 따스한 봄바람과 함께 피아노 소리가 들려온다
교실 앞의 그랜드 피아노에 앉아 연주를 하던건 다름아닌 마사토였다. 이렇게 자주 만나다니 마치 운명 같다고 생각했다.
그러곤 그의 연주에 다시 집중했다.

건반을 오가는 길고 얇은 손가락이 나를 음악의 세계로
인도하는 것만 같았다. 이 곡은 분명 리스트의 사랑의 꿈,
한참을 매료되어 듣고 있다가 연주가 멈추자. 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정말 아름다운 무대를 본 것만 같아 그만 박수를 쳤다. 그러자 그가 놀라며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네가 왜 여기 있지? 지금은 하교할 시간이 아닌가?”

그의 차가운 태도에 감정이 확 내려앉는다.

“아! 나는 그냥 피아노 소리가 들리길래. 진짜 잘치더라!!”

“아아, 그랬나? 고맙다. 그러면.”

그 말을 끝으로 가려던 마사토의 옷깃을 무심코 잡아버렸다.
피아노 연주가 너무 좋았다고, 노랫소리에 구원을 받았다고
말이 입밖으로 도저히 나오지 않는다…

“…?! 뭐하는 거지?”

“그냥…나랑 파트너 하지 않을래?”

무심결에 나온 말이 이런 말이라니… 내 자신을 저주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러고 가슴을 졸이며 마사토를 바라봤다.

“…? 파트너…? 아, 졸업 오디션의 파트너 말인가…?
아이돌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서라도 너의 실력을 보지않고는 못하겠군.”

그 말에 뭐라고 더 말하지 못한채, 그가 교실을 나가는 걸 그저 지켜만 보고 있었다.